[GD인터뷰] 한진선 ‘Oh, Sunn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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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인터뷰] 한진선 ‘Oh, Sunny Day’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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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저리 항상 웃는 얼굴일까?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밝은 표정. 써니, 앞으로도 웃는 일만 가득할 거야. 

 

그토록 꿈꾸던 첫 승을 했을 때도,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을 때도 한진선은 울지 않았다. 환희에 가득 차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한진선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2022~2023년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카카오VX 선수’에서 ‘하이원의 여왕’이 된 것. 한진선도 자신의 수식어가 바뀐 게 가장 기쁘단다.

 

우승 생각을 했었나. 3라운드까지는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하이원컨트리클럽 코스는 성적이 정말 잘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오는, 중간이 없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 누가 흐름을 잘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우승이 결정될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타수 차가 미미할 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샷 이글을 2개나 했다. 이글 2개가 우승하게 된 큰 원동력이었다. 주변에서도 두 번째 이글은 다시 보기로 보여주는 건 줄 알았다고 하더라. 처음 이글을 낚았을 때는 ‘여기 골프장이 나와 잘 맞나 보다’ 싶었다. 우승 경쟁은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두 번째 이글을 했을 때는 ‘잘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드 끝날 때까지 2위 스코어는 몰랐다.

첫 승과 타이틀 방어의 기분은 어떻게 다른가. 첫 승 했을 때는 코스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경기도 굉장히 박빙이었고, 안도하지 않으려고 했다. 두 번째 우승 때는 그래도 한 번 해봐서 그런가, 마음이 편했다. 우승이 결정된 뒤에도 그저 대회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항상 매 대회 갤러리로 오시는데, 첫 승 할 때도 그랬듯 우셨다더라.

첫 승 인터뷰 때 ‘독기가 부족해 보인다’는 말에 속상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착해 보인다’, ‘열정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렇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 스스로에게 굉장히 냉정하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예의를 지킬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진선은 어떤 선수인가. 욕심이 많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도 엄청난 사람이다. 처음에 ‘독기가 부족하다’는 말은 결과를 이뤄내지 못해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승을 하고 나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아마 우승 기회는 계속 있었는데 마지막 날에 놓친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때 ‘아, 외부 평가는 그냥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해서 그런 말을 들어도 그냥 넘어간다.

대회장에서 보면 늘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기에 승부욕이 없어 보였던 게 아닐까. 나는 정말 재밌게 경기를 하려고 한다. 또 대회 중에는 골프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빠져버리면 나 혼자 망가지는 스타일이다. 또 평소에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게 싫다. 코스에서 화가 나도 ‘안 좋게 생각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고 다스린다. 2~3타 복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리고 경기를 마치면 부족했던 점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공부한다.

외부 평가가 정말 좋다. 한 번이라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한진선은 참 괜찮다”라고 입을 모으던데. 내 지조가 ‘행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행동이나 표정, 말은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 아닌가. 부모님이 엄해서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선수들 사이에서 ‘써니’라고 불리더라. 맞다. 별명이 써니다. 한진선이라는 이름은 뭔가 임팩트가 없지 않나. 써니? 좋은 것 같다. SNS 아이디도 써니다. 뭔가 나와 잘 맞는 느낌이 든다.

진짜 끼가 많다고 들었다. 기타를 치고, 어릴 때 사격도 했다고 하던데. 기타는 예전에 우쿨렐레를 배운 게 와전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했다.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배드민턴·태권도·사격까지 해봤다. 아버지가 일찍이 ‘공부는 아니다’  생각하신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 난타, 한국무용, 플루트, 합창부, 말하기 대회 같은 데 나가기도 했다.

춤도 잘 춘다는 제보를 받았다. 근데 무대에 나가서 추는 것보다 나만의 세계에 빠져 골방에서 논다(웃음). 혹은 정말 친한 사람들 앞에서 잠깐 쇼타임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또 혼자 조용하게 있는다.

취미는 뭔가. 몇 년 전만 해도 취미가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한지 몰랐다. 그래서 책을 읽어보고 명상이나 밖에 나가서 익사이팅한 것도 해봤는데, 별로 행복한 감정이 안 들었다. 그러다 올봄인가, 문득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 앞을 산책하고 하늘에 있는 별을 보는데 정말 행복했다.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그때 느꼈다. ‘굳이 취미를 찾을 필요가 없네. 나는 걸어 다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로도 많이 행복한 사람이구나.’ 심심하거나 할 일이 없으면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그런다.

맛집을 기가 막히게 꿰고 있다고 들었다. 선수들이 ‘진선 언니 맛집’을 그렇게 외치던데. 대회장 가면 주변에서 “여기는 뭐가 맛있냐”고 물어본다. 정말 기가 막힌 맛집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한동안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근데 흥미를 좀 잃어가고 있다.

늘 밝다. 투어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아 보인다. 골프 선수로서 시즌을 치를수록 선수로서의 나는 성장하지만, 여자로서의 나는 점점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피부도 타고, 예쁘게 꾸미는 일도 운동을 해야 하니 한계가 있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제약이 있다. 나는 골프를 중학생 때 시작했다.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쉬면서 뭘 해본 게 거의 없다. 원래 쉬는 날도 별로 없지만, 20대 초중반까지는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힘들 때 심신의 안정을 위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있다.

은퇴 후 상상을 해본다면. 패션 트렌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골프웨어 개발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요즘은 골프웨어도 일상복처럼 캐주얼하게 만들지 않나.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도 해보고 싶다. 우승 후 달라진 목표가 있나. 어릴 때부터 목표가 따로 없었다. 주변에서 “너는 뭘 하고 싶니?” 하면 현실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근데 작년에 우승하면서 목표가 생겼다. 승수를 늘리는 것.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최종 목표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밌게 살기. 골프에만 초점을 맞추며 살다 보니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한진선_나이 만 26세 / 소속 카카오VX / 전력 KLPGA 2승

사진_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_칼라빈(by 서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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