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세컨드 샷, 백 번을 돌아가도 드라이버 잡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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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세컨드 샷, 백 번을 돌아가도 드라이버 잡을 거예요”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4.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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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나가서 종종 하긴 했어요. 백 번을 돌아가도 드라이버를 잡을 것 같아요.”

지난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싱가포르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우승 경쟁을 벌이던 아마추어 오수민은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해야 실낱같은 역전 가능성을 잡을 수 있는 상황. 티잉 구역에서 드라이버를 있는 힘껏 휘두른 오수민은 캐디인 아버지에게 드라이버를 넘기지 않았다. 공 놓인 위치가 제법 까다로웠지만 오수민은 지체 없이 들고 있던 드라이버로 세컨드 샷을 날렸다.

확실한 투 온 공략. 비록 방향이 맞지 않아 투 온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공이 조금만 우측으로 갔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오수민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18번홀 세컨드 샷을 앞두고 드라이버를 잡은 여고생의 패기는 골프 팬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평소 어려운 샷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남성적인 과감한 플레이를 선호하기도 한다. 극한의 경쟁 속 후퇴보다 돌격을 택했다. “다른 대회에서도 드라이버로 공략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때는 라이도 좋지 않아서 엄청 자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홀인데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드라이버를 잡았다.”

키가 170cm이 넘지만, 마른 체격이다. 체형만 보면 장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지난해 KLPGA투어에서 270야드를 날린 소문난 장타자다. 당시 방신실보다 비거리가 멀리 나가 화제를 모았다.

“중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비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았다. 평균 비거리의 언니들보다 20~30m씩 뒤에 있었다. 마르고 왜소한 데다 남들보다 뒤에서 치는 게 조금 분했다. 언젠가는 나도 비거리로 1등을 하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오수민은 평소 공의 방향을 신경쓰기 보다 힘을 200% 가해 스윙하는 걸 연습했다. 피니시도 못 잡을 정도로 휘두르니 자연스럽게 거리도 늘고 파워도 생겼다. “그리고 이상하게 대회장에만 가면 연습할 때보다 20m는 멀리 나간다.(웃음)”

플레이스타일은 시원시원하지만 여고생다운 천연덕스러움도 있다. 3라운드 때는 동반자였던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에게 먼저 다가가 ‘같이 사진 찍자’고 요청해 기념사진을 남겼다. 대회 후 “멋있었다”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재희와 방신실이 잘 챙겨줬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언니들 플레이를 보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우선 언니들이 경기하는 것만 봐도 ‘우와’, ‘대단하다’ 싶었다. 지킬 때는 지키고 세게 지를 때는 지르는 경기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느꼈다.”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막내에게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달라진 건 없다. 그냥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 나아질 미래를 꿈꾼다. “대표팀에 올해 처음 들어가서 같이 체력 훈련을 하는데 언니 오빠들을 못 따라가겠더라. 그때 조금 창피했다. 싱가포르 대회에서도 날씨 때문에 잔여 경기를 해야 했는데 체력 소모 때문에 힘들었다. 체력 훈련을 더 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에 오수민도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쉴 틈이 없어 연습 라운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골프가 좋다.

“너무 재밌다. 못하면 동기부여가 되고 또 혼자 연습하는 것도 좋아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연습하는 시간이 즐겁고, 거기에 대한 보상을 받을 때도 좋다. 박세리, 박인비 선배들처럼 ‘골프’하면 내가 떠오를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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