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고 혁신적인 정렬 시스템으로 말렛 퍼터의 시대를 이끌었던 브랜드 제브라(Zebra)가 46년 만에 부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제브라는 1976년 세계 최초의 D자형 페이스 밸런스 말렛 퍼터로 탄생했다. 출시 첫해 메이저 대회 우승의 주역이 되며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짧고도 강렬했다.
제브라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골프업계는 핑의 앤서와 같은 블레이드 퍼터가 시장을 지배했다. 발명가 데이브 테일러(Dave Taylor)는 더 큰 퍼터 헤드가 더 높은 관용성을 발휘할 거란 가설을 세우고, 색다른 둥근 헤드에 스트라이프 정렬 보조 장치와 원하는 대로 무게를 조절하는 웨이트 시스템을 갖춘 퍼터를 선보였다.
대중은 이 낯선 존재에 난색을 보였지만,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1976년 전설적인 골퍼 레이먼드 플로이드(Raymond Floyd)가 제브라 퍼터와 함께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메이저 챔피언의 퍼터’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제브라는 데이브 테일러가 1979년 램 골프(Ram Golf)에 총판을 넘긴 데 이어, 아들 데일 테일러(Dale Taylor)가 이듬해 모든 상표와 특허를 램 골프에 넘기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제브라의 인기에 힘입어 램 골프는 3년 만에 두 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80년대에는 맞춤형 클럽 피팅 및 클럽 제작 서비스에 집중하며, 한때, 업계 1위의 맞춤형 클럽 메이커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많은 골프 브랜드가 대기업으로 변모하던 90년대 패밀리 비즈니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골프스미스(Golfsmith)의 자체 브랜드로 전환되었고, 결국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2019년 영국 회사 골프 브랜즈(Golf Brands, Inc.)에 인수되기까지 제브라는 과거의 영광을 잊은 채 묵묵히 수면 아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드디어 브랜드 고유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재해석한 새로운 제브라가 올랜도 PGA에서 리브랜딩 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화려한 귀환을 선언했다.
제브라는 최초로 대성공을 거둔 말렛 퍼터였으며, 교체 가능한 헤드 무게 덕분에 골퍼들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방식으로 퍼터를 개인 맞춤화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전설적인 퍼터 디자이너 스카티 카메론 역시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차고에서 퍼터를 가지고 놀다 발견한 제브라 퍼터가 자신을 퍼터 디자이너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제브라 퍼터를 리디자인하는 프로젝트는 퍼터 디자인계의 거장 오스티 롤린슨(Austie Rollinson)이 맡았다.오디세이, 타이틀리스트 등에서 골프 클럽과 퍼터를 설계한 롤린슨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퍼터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탁월했다.
오스티은 오리지널 제브라 퍼터의 가장 상징적인 기능들을 디자인 유산으로 계승하고자 했다. 브랜드 고유의 스트라이프 정렬 시스템과 페이스 밸런스 샤프트 및 조절 가능한 웨이트 기술을 핵심 기능으로 유지하고, AI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이를 과감하게 발전시켰다.
새로운 제브라 퍼터의 페이스 인서트는 골퍼들에게 우레탄의 부드러운 터치감과 강철의 견고한 반응성을 동시에 선사한다. CNC 밀링 된 303 스테인리스 스틸 페이스 플레이트를 소프트 우레탄으로 감싼 디자인은 적절한 톱스핀과 부드러운 롤링으로 접지력을 최대화해 퍼팅 거리의 일관성을 제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페이스 인서트의 다중 소재 구조 덕분에 기존에 출시된 스틸 페이스 퍼터들에 비해 무게는 절약되고, MOI는 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1976년 이후 제브라의 가장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제브라 스트라이프 정렬 시스템(Zebra Stripe Alignment System) 역시 퍼팅 시 정확한 방향의 설정을 돕고 퍼팅의 일관성을 높여준다. 블랙 & 화이트의 스트라이프는 오랜 세월 제브라 퍼터를 기억해 온 마니아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심플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동시대 골퍼의 감성을 충족시킨다.
사진_트랜디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