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리 & 케빈 나 ‘다른 투어, 다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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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리 & 케빈 나 ‘다른 투어, 다른 행복’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8.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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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웃고 있는 대니 리(왼쪽)와 케빈 나.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대니 리(왼쪽)와 케빈 나.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PGA투어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삶의 가치를 찾아 LIV골프로 둥지를 옮긴 선수들의 선택이 옳았다. 대니 리 그리고 케빈 나가 비로소 웃을 수 있는 이유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PGA투어와 LIV골프가 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전 세계 골프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공동 목표이자 지각변동의 단초다. LIV골프를 후원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두 단체의 공동 운영 법인 독점 투자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7일 새벽 비밀리에 합의를 마친 뒤 발표한 이 충격적인 소식에 골프계가 발칵 뒤집혔다. 같은 시각,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은 환호했다. 투어 무대를 옮긴 뒤 약 1년간 받아온 비난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단번에 씻어낸 반가운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팀 ‘아이언 헤드’의 캡틴 케빈 나가 있고, 그가 데리고 온 대니 리도 있다. 두 단체의 합병 발표 이후 한국을 찾은 케빈과 대니를 만났다. 가족과 함께 귀국해 여유가 넘치는 휴가였고, 그들은 웃고 또 웃었다. 그러곤 입을 모아 말했다. “오랜 기간 투어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와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건 행복이다.” 

대니 리.
대니 리.

●●● 케빈이 대니에게 LIV골프를 추천했다. 그 당시 얘기부터 해보자. 

케빈_대니는 워낙 재능이 많은 선수다. US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 PGA투어까지 오랜 시간 좋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대니가 가진 재능에 비해 성적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LIV골프 같은 좋은 환경에서 이끌어주면 대니가 지닌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 코치와 캐디, 스태프, 내 아내까지 모두 대니를 추천했다. 캡틴으로서 대니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LIV골프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고민의 여지 없이 곧바로 ‘OK’를 받았다. 그리고 대니에게 전화를 했다.  

대니_스카우트 제의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작년에 LIV골프가 창설된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이 많았는데 연락이 없더라. 아, 나와는 인연이 아닌가? 생각했다. PGA투어에서 해오던 대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시즌 초반 케빈 형이 갑자기 연락을 했다. “우리 팀에 함께하면 어때?”
 
●●●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PGA투어를 떠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대니_전화를 끊고 약간 걱정은 있었다. 2주 정도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오랫동안 PGA투어에서 뛰었는데, 이곳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케빈 형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 이게 과연 맞는 결정인가, LIV골프로 가면 영원히 PGA투어에는 못 돌아오는 게 아닌가, 이런 걱정이 많았다. 그때마다 케빈 형이 그랬다. “PGA투어와 LIV골프가 지금처럼 계속 갈 수는 없을 거야. 언젠가는 합병을 하든지 무슨 해프닝이 일어날 거야.” 케빈 형의 말을 믿고 LIV골프로 가기로 결정했고, 생각보다 그 해프닝이 빨리 일어났다. 

●●● 서로 정말 가까워 보인다. LIV골프 이전부터 평소 친하게 지냈나? 

케빈_대니와는 PGA투어에서도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다. 함께 집에서 밥도 먹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 우리 집 와인도 대니가 많이 마신다(웃음). 

대니_케빈 형 집에 많이 놀러 갔다. 골프 외적인 상의도 많이 하는 사이다.
 
●●● LIV골프의 최고 특징이 팀전이다. 케빈은 어떤 팀장인가? 솔직히 말해달라. 

케빈_네 대답에 따라 내 대답이 달라질 거야(웃음). 

대니_케빈 형은 캡틴 중에서도 가장 팀원들을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캡틴들을 보면 무슨 사건이 있을 때 굉장히 바쁘더라. 캡틴으로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은데도 팀 선수들을 다 잘 챙긴다. 형이 리더십이 뛰어나서 우리도 잘 따른다. 매주 대회에 나가서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 골프 관련 조언도 많이 구한다. 나의 경우 케빈 형이 쇼트 게임과 퍼트에서는 PGA투어 때부터 월등하게 뛰어났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형이 가르쳐줘도 안 되더라(웃음). 

●●● 대답을 잘한 것 같다. 자, 그럼 대니는 어떤 팀원인가? 

케빈_대니는 처음에 데려왔을 때 재능이 어마어마한 선수인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동안 성적이 나지 않은 게 조금 걱정됐다. 대니가 자신의 부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해줬고. 그런데 이렇게 오자마자 좋은 성적을 내줬기 때문에 나는 캡틴으로서 정말 고마웠다. 골프는 개인 스포츠다. 대니는 팀 스포츠의 느낌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개인보다 팀에 뭔가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고마웠다. 성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해줬다.  

●●● 너무 덕담만 나누고 있는데, 정말 솔직하게 불만을 하나씩만 말해보자. 

대니_불만 같은 건 정말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완벽한 캡틴이다.
 
케빈_물론 나도 불만은 없다. 대니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끌어내 성적을 최대치로 내길 원한다. 형으로서 얘기하자면, 술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아, 대니가 시즌 때 술을 마시는 건 아니다. 오프 시즌 때 얘기다. 술을 즐길 땐 즐기더라도 조금 자제하면서 몸 관리를 잘해야 지금처럼 더 오래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잔소리를 좀 한다.
 

케빈 나.

●●● 미국에서는 LIV골프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중계를 봐도 시끌시끌하고, 갤러리가 정말 많더라. 선수로서 느끼는 LIV골프의 인기는 어떠한가? 

케빈_처음에는 새롭기도 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인기가 오르고 있다. 특히 LIV골프 대회에 직접 와서 본 사람들은 특유의 신선한 매력을 한번 느끼면 절대 헤어나지 못한다. 대회 현장에서 보면 왜 LIV골프가 젊은 팬들에게 인기가 있고, 왜 잘될 수밖에 없는지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LIV골프는 약간 파티 분위기다. 너무 경직되거나 올드 스쿨 느낌에서 벗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젊은 팬들이 굉장히 즐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선수들도 더 흥이 나서 신나게 즐기며 플레이를 한다.  

●●● 대니는 다른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뒤 합류했다. PGA투어와 다른 점에 놀랐을 텐데. 

대니_처음 LIV골프에 왔을 때는 PGA투어와 많이 달라서 낯설었다. 샷 건 방식에 음악이 있는 곳이었다. 선수가 입장할 때 노래가 크고 웅장하게 나오고,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여준다. 카운트다운을 하는 느낌이다. 케빈 형에게 말했다. “내가 레이싱 선수가 된 것 같다. ‘준비! 땅!’ 하면 달려나가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마냥 재미있고 신기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적응이 되고 편안해졌다. 가장 다른 건 꾸준한 갤러리다. PGA투어도 잘하는 선수가 많이 나오는 대회와 그렇지 않은 대회가 있다. 그럴 땐 관중의 변화도 심하다. 미국 기준에서도 걱정될 정도로 갤러리가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LIV골프는 진짜 잘하는 선수들 48명이 다 모여서 대회를 하기 때문에 항상 갤러리가 많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 최근 이슈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LIV골프와 PGA투어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합병 전에 선수들은 알고 있었나? 

케빈_합병 사실은 선수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두 단체가 너무 비밀스럽게 진행했다. 하지만 LIV골프 선수들은 모두 내년 2월 법정에 가기 전에,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두 단체가 합의를 볼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법정으로 가면 PGA투어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에 대해서는 조금 놀랐다. 
 
●●● 합병 소식을 들었을 때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케빈_주위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너의 선택이 대박이었다”라는 축하 인사가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LIV골프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선수들은 축하 분위기였다. 골프 팬들을 위해서도 두 단체가 합쳐진 건 좋은 소식이다. 

대니_처음에는 조금 헷갈렸다. PGA투어에 있는 친구들이 연락해서 “이번 합병으로 LIV골프가 갑자기 없어진다고 하는데, 너는 괜찮냐”고 말했다. 플레이어 미팅에서 잘못된 정보가 나온 탓이었다. 그때도 케빈 형한테 전화했다. 형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 PGA투어가 전통과 역사를 중시했다면, LIV골프는 자유와 혁신을 추구했다. 전혀 다른 두 단체의 합병은 앞으로 골프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나? 

케빈_PGA투어는 지금처럼 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PGA투어는 최고의 투어였고,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그 전통과 역사에 대한 리스펙트는 변함없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가 그런 올드 스쿨을 계속 좋아할까? 그건 아니다. 시대는 변하고, 이 세대는 트렌드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 물론 LIV골프가 젊은 팬들의 인기를 끌 수 있지만, PGA투어가 쌓아온 히스토리는 하루 만에 생긴 것이 아니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LIV골프도 고유의 새로운 역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대니_나도 케빈 형 말에 모두 동감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LIV골프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PGA투어의 전통성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PGA투어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LIV골프의 장점이 너무 많다.
 
케빈_지금 LIV골프로 옮긴 선수들 대부분은 양쪽 투어를 동시에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LIV골프 선수들은 지금 투어 스케줄에 정말 만족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팀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선택권이다.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이 PGA투어 대회에서는 메이저 대회나 스폰서 초청 대회, 홈 타운 대회 정도에만 출전을 계획할 것이다.
 

●●● 대니에게 묻겠다. 한국계 선수 중 LIV골프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412만5000달러(한화 약 53억원)의 거금을 챙겼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대니_PGA투어에서도 우승을 해보고, 유러피언투어에서도 우승을 해봤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상금이 한 번에 들어온 건 처음이어서 기분이 최고였다. 세금도 많이 냈지만, 정말 많은 상금이었다. 

●●● 상금은 한 번에 바로 통장으로 들어오나? 은행 계좌 확인도 수시로 할 것 같다. 이건 정말 궁금하다. 

대니_통장으로 바로 들어온다. 정말 빨리 들어올 때는 화요일 오후에 입금된 적도 있다. 늦어도 대부분 수요일 정도에는 들어온다. 솔직히 그렇게 큰 금액이 들어오면 통장을 계속 보고 있게 된다(웃음).
 
●●●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LIV골프 투손에서 처음 우승했다.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고, 우승 모습은 정말 극적이고 감격적이었다. 아이언 헤드 팀원들이 모두 자신의 일인 것처럼 축하했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연장을 치렀으며, 마지막 챔피언 퍼트가 들어갔을 때 기분이 어땠나? 

대니_연장 내내 많이 떨렸다. 두 번째 연장에서 세컨드 샷을 가깝게 붙였다. 그 버디 퍼트를 실수했을 때 ‘정말 이렇게 우승이 날아가나?’ 그런 생각도 약간 들었다. 세 번째 연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린 밖 러프에서 퍼터로 친 게 진짜 운 좋게도 핀 맞고 들어가서 정말 기뻤다. 마지막 우승이 2015년이었다. 우승을 못 한 지 꽤 됐기 때문에 눈앞에 우승 트로피가 막 왔다 갔다 하니까 속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엄청 긴장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쳤다.
 
케빈_나는 대니를 믿었다(연장 내내 카메라에 잡힌 케빈은 마치 함께 플레이를 하듯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니의 챔피언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 샴페인을 터뜨리며 함께 기뻐했다). 

대니_마지막 우승 순간 케빈 형과 아이언 헤드 팀원들이 기다렸다가 모두 나와서 우승을 축하해줘 정말 재미있고, 좋았다. 진짜 평생 내 기억에서 못 잊을 것 같다.
 
케빈_평생 기억해야 할 멋진 사진이 하나 남았다. (휴대폰에 저장된 우승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임팩트가 강한 사진이다. 우리 팀원들 모두 이 사진을 공유해 간직하고 있다. 내가 우승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가 우승해서 이렇게 기뻐한 건 처음이었다. 팀원들이 대니 뒤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며 기를 모아 우승을 바랐다. 이런 게 진짜 ‘원 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대니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제2의 타이거 우즈’로 불렸다. LIV골프 우승으로 ‘대니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알렸다. 이번 우승은 대니의 골프 인생에 어떤 의미인가? 

대니_LIV골프에는 정말 슈퍼스타가 많다. 그런 곳에서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다시 ‘우승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을 줬다. 이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대단한 동기부여다. 우리 팀인 아이언 헤드가 팀전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 연습하고 있다.
  
케빈_아마추어 톱 선수라고 해서 PGA투어 우승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10승 이상 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끝이 없겠지만, 대니는 유러피언투어와 PGA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꾸준한 성적으로 시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 생각한다. 대니는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좋은 동기가 됐다고 본다. 이제 철이 들었다. 대니 정도면 앞으로 3승이든 5승이든 우승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니_케빈 형이 말했듯이 이제부터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다. 내가 최대한 잘할 수 있을 만큼 해보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고, 다시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 

케빈 나.
케빈 나.

●●● 케빈은 지난해 LIV골프가 시작할 때 합류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19년 동안 몸담았던 PGA투어를 떠나 LIV골프로 이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케빈_LIV골프가 탄생하기 몇 년 전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이미 갈 마음이 있었고, LIV골프가 시작할 때는 거의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마지막 결정을 할 때까지도 미래는 불투명했다. 믿었던 건 있었다. ‘내가 PGA투어로 다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메이저 대회도 문제없을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새로운 트렌드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워낙 많은 슈퍼스타가 갔기 때문에 나도 함께 거기에 합류해 내 팀을 이끌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 LIV골프로 간 선수들은 모두 ‘자유’와 ‘행복’을 말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선택한 것이다. 무엇을 얻었나?

케빈_일단 이 얘기를 하기 전에 PGA투어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거의 20년 동안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우승도 많이 했고, 명예와 부도 얻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항상 힘들었던 건 스케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골프 라이프와 개인적 라이프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필 미컬슨이나 짐 퓨릭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고충에 대해 조언도 많이 받았다. LIV골프로 옮긴 뒤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라이프 밸런스를 찾았다. 지금도 시즌 도중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올 수 있는 시간을 얻지 않았나? 이런 부분이 가장 컸다. 정말 행복하다. 또 평생 혼자서만 뛰는 개인 스포츠의 삶을 살다가 든든한 ‘우리’라는 팀이 생겼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가족 같은 팀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 팀 아이언 헤드의 이름과 로고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나? 

케빈_아이언 헤드를 선택했을 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팀 로고를 살펴보다가 아이언 헤드 로고가 왠지 눈에 가장 띄었고, 매력적이었다. 팀 로고 컬러인 그레이도 마음에 들었는데, 내년에는 컬러를 하나 더해서 오렌지 컬러를 볼 수 있을 거다. 우연히도 내가 이 팀의 캡틴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좋았다. 아이언 헤드는 운명 같은 팀이다.
  
●●● 골프에서는 팀전이 흔치 않다. 심지어 세 명을 이끄는 캡틴이다. 앞에서 잠깐 얘기하긴 했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남모를 어려움이나 고충이 있나? 

케빈_오프 데이에도 할 일이 많아 정말 바쁘다. 팀을 운영하기 위한 스폰서 미팅도 정말 많고, 팀들 간의 캡틴 미팅도 수시로 해야 한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나는 그걸 너무 좋아하고 즐긴다. 평소에도 골프 외에 재테크나 사업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 이런 일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기분 좋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 케빈과 대니 모두 골프 선수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골프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가? 

케빈_나는 PGA투어 생활도 오래 했다. 이제 LIV골프에서 팀을 이끌며 최대한 우승을 많이 하고, 팀전 우승까지 하는 게 목표다. 내가 은퇴하게 되더라도 캡틴으로서 계속 더 좋은 선수들을 LIV골프로 스카우트해서 이 팀을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메이저 우승도 하고 싶다. 골프를 떠나 모든 면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언제든 상담과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롤모델로 남고 싶다. 후배들을 항상 서포트해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대니_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우승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메이저 대회에 나가 우승 트로피도 들어보고 싶다. 이번 시즌에는 아직 그런 기회가 없어서 메이저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메이저 우승과 더불어 LIV골프에서도 더 많은 우승과 팀 우승을 모두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케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2019년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벌어진 일이다. 퍼트 이후 서둘러 홀에서 공을 꺼내는 케빈의 동작을 타이거 우즈가 익살스럽게 그대로 흉내 냈다. 이 영상이 여전히 유튜브에서 인기다. 지금 보면 어떤가?

케빈_나는 못 봤지만, 다큐멘터리에도 그 장면이 나온다고 하더라. 내가 다시 봐도 재미있다. 타이거와는 예전부터 친해서 서로 농담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타이거가 대회 도중에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사실 그 이후에 타이거와 연락을 했다. “네 덕분에 그 장면이 더 멋있게 이슈가 됐다.” 그러더니 타이거가 딱 한마디 하더라. “네가 그걸 하지 않았다면 그 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자식, 멋있네!” 그랬다(웃음).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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