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선수에게 묻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에 대해
  • 정기구독
투어 선수에게 묻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에 대해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10.27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어 선수들이 말하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과 시간을 거꾸로 돌려 바꾸고 싶은 최악의 순간들.

체력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2018년 한국오픈 우승 이후 시드가 5년이나 확보된 상태였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성적에만 집착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다. 부상 없이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선 체력 관리가 중요한데 너무 무지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면서 부상을 방지할 것이다. 지금 내 상태는 목, 허리, 손목, 무릎 등 성한 곳이 없다. 이제 연습장에서 1시간 이상 공을 못 친다. 특히 허리와 손목이 좋지 않은데,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 덕분인지 좋아지고 있다. 오래 골프를 하고 싶다면 내 몸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_최민철(KPGA투어 프로)

돌리고 싶은 세 번의 순간
되돌리고 싶은 첫 번째 순간은 골프 클럽을 처음 잡기 전이다. 골프도 정말 좋지만 다른 운동이나 직업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만약 골프를 안 했다면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야구나 축구 선수에 도전했을 것 같다. 두 번째 순간은 골프를 몰랐던 시절로 되돌아가 가족과 여행을 다니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너무 아쉽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던 세 번째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지난해 제네시스챔피언십 마지막 날, 나는 2위와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첫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잠을 못 잤다. 최종일에 비가 오는데 비옷도 챙기지 못해 경기를 완전히 망쳤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긴장도 덜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_고군택(KPGA투어 프로)

긴장될 때 이성을 지키자!
8월에 참가한 제주삼다수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만 생각하면 뼈아프다. 공동 선두로 우승 경쟁 중이었는데, 15번홀(파4)에서 드라이버로 보낸 티 샷이 크게 감기며 왼쪽 수풀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무리 공을 찾아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프로비저널 볼로 플레이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그때 티 샷을 실수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직까지 계속 생각난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긴장과 욕심을 내려놓고 무조건 3번 우드로 티 샷을 할 것이다. 드라이버 샷보다 더 정확하게 공략해 결과를 바꿔놓았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코스 매니지먼트도 영리하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_황유민(KLPGA투어 프로)

지친 순간마다 떠올리는 하와이
내 인생 모토는 ‘뒤늦게 후회하지 말자’다. 항상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적의 선택은 골프였다. 단, 유년 시절 피땀 흘려 훈련했던 그때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내가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격증 공부를 해 전문직을 택했을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하와이에 처음 방문했을 때다. 아쉽게 준우승을 했지만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우선 대회 성적을 떠나 하와이의 푸른 해변과 모래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바다 수영도 즐겼는데, 그간의 스트레스가 풀리며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지친 순간마다 그곳의 풍경을 생각하며 머리를 정화한다. _성유진(KLPGA투어 프로)

아버지와의 잊지 못할 추억
타임머신을 타고 가장 추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날아가고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연습하던 날들이 그립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함께해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열세 살 때 말레이시아에서 아버지가 멤버로 있던 골프클럽 대회에 참가한 일이다. 마지막 홀, 파5에서 내가 티 샷을 한 공이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 드롭한 뒤 3번 우드로 보낸 샷이 또다시 페널티 구역에 빠진 것.

공을 다시 드롭하려는데 아버지가 달려와 나를 물에 밀어 넣어버렸다(웃음). 다음 날 나는 연이어 경기에 참가했는데, 아버지가 내 모자 정면에 “I’m stupid with the last 5 holes”이라고 적어서 내보냈다. 창피했지만 그날 마지막 5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해 우승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재미있는 추억이다. _전재한(KPGA투어 프로)

내 인생의 첫 우승, 투어 생활의 원동력
내 인생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은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시장배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을 때다. 대회 둘째 날, 마지막 홀 티 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날렸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했던 내 몸의 모든 신경이 차분해지고 퍼팅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종종 플레이가 안 풀릴 때마다 그때로 돌아가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비록 주니어 대회였지만, 나에겐 가장 소중한 첫 우승이었다. 지금까지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자 즐거운 기억이다. _이성호(KPGA투어 프로) 

실수를 통해 깨달은 지혜
지금까지 나에게 no.1은 단연 골프다. 한 번도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없다. 떼어낼 수 없는 애증의 골프.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2021년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마지막 날 17번홀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 선두와 1타 차였는데 2m 정도 되는 버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이때 버디를 잡았더라면 아마 우승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건 그만큼 너무 아쉬웠고, 지금 드림투어에서 정규 투어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서다. 여전히 잘하고 싶고, 투어도 계속 뛰고 싶다. 그때의 아쉬움을 늘 생각하며 더 성장해나가고 있다. _김새로미(KLPGA투어 프로)

재충전을 통해 더 강해지기
소년 시절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뛰놀고 재밌는 추억도 함께 만들며 잠시나마 선수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가끔 투어 생활을 하며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소년 시절을 추억한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내가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진 중요한 시간이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투어 생활을 하는 중에도 그림 그리기, 영화 보기 등 취미 생활을 병행하려고 노력한다. _최승빈(KPGA투어 프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