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는 매너 게임이다. 당신은 진상과 친절 사이 어디쯤에 있는가. 베테랑 캐디가 말하는 어글리 골퍼의 기준.
▶ 캐디 경력 : 20년 이상
▶ 캐디 능력 : 골프백이 내려오는 동시에 골퍼의 나이, 구력, 핸디캡, 스타일 맞힐 확률 70%
▶ 평가 기준 : 전지적 캐디 시점
◇ 어글리(UGLY) 골퍼
① 당최 플레이 진행이 되지 않는 늑장 골퍼
캐디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다. 국내 골프장 사정상 보통 티 간격은 7분이 많기 때문에 홀이 비어 있는 상황에 놓이면 큰일. 너도나도 멀리건에 공 찾는데 세월아 네월아로 속이 탄다.
골퍼 시점 값비싼 그린피 내고 와서 여유있게 즐길 수 없는 골프 문화는 최악. 골프장 사정은 사정이고! 제발 재촉하지 마!
② 다짜고짜 반말하는 골퍼
골퍼도 캐디도 세대가 바뀌었다. MZ세대 유입으로 젊은 골퍼는 늘고 40~50대 캐디는 많아졌다. 아직도 카트에 오자마자 반말부터 하고 시작하는 골퍼가 부지기수라고. 심지어 어린 녀석이!
③ 티오프 시간에 늦어도 할 거 다 하는 골퍼
라운드 시간 개념이 철저한 골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늦게 나타나 느릿느릿 준비하고 몸 풀고 연습 스윙까지. 이런 골퍼일수록 첫 티 샷이 잘 맞을 리 없다. 눈치 없이 멀리건까지 달라고 하면 최악.
④ 난잡한 커플 골퍼
골프 밴드나 데이팅 애플이 많아지면서 가벼운 사교 모임이 늘었다. 남자들은 레슨만 해주려고 혈안이 되어 있거나, 골프는 뒷전으로 듣기 민망한 대화가 오가고, 볼썽사나운 스킨십도 수시로 벌어진다고.
⑤ 공포의 SNS 골퍼
20~30대 골퍼가 카메라삼각대를 가져오면 일단 긴장. 쉬지 않고 눌러대는 셔터와 동영상 촬영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곧바로 SNS에 올리느라 플레이 진행도 늦어질 수밖에.
⑥ ‘골알못’ 스크린 골퍼
스크린 골프가 성행하면서 스크린 골프만 하다가 필드에 나오는 젊은 골퍼가 많아졌다. 골프에 대한 기본 룰도 에티켓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플레이를 한다. 자신의 샷 거리도 모르고 힘자랑만 하면서 좌우로 많이 나가는 탓에 실력을 떠나 가장 위험한 건 타구 사고다.
⑦ 초보자가 초보자 머리 올려주기
예전에는 로 핸디캐퍼들이 초보자 한 명을 머리 올려주는 게 관례였다. 요즘은 110~120대 타수 골퍼가 머리 올려준다고 연습도 안 된 동반자 셋을 데려와서 내기 골프도 하고 공이 나가지 않아도 멀리건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곤혹스럽다.
⑧ 분노조절장애 골퍼
특히 혈기 왕성한 젊은 골퍼 사이에서 성격이 너무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성격이 불같아서 라운드 도중 스코어 때문에 친구끼리 싸우거나 클럽을 내동댕이치고 던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캐디는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함부로 제재하지도 못한다.
⑨ 로스트 볼 찾는 골퍼
애초에 공을 적게 갖고 와 캐디에게 당당히 로스트 볼을 요구하는 골퍼가 있고, 라운드 마친 뒤 다 챙겨가기까지. 심지어 골프장에 널린 게 공이라며 비닐봉지 갖고 다니면서 로스트 볼을 찾으러 다니는 골퍼도 있다.
⑩ 골탕 먹이는 골퍼
캐디가 마음에 들지 않아 중간에 교체하는 골퍼도 있지만, 화가 나서 아이언 한 개를 화단에 몰래 버리는 골퍼도 봤다. 나중에 캐디 태만으로 클럽을 분실했다고 골프장에 신고하고 클럽 세트를 사내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다. 며칠을 꼬박 찾아 화단에서 그 아이언 클럽을 발견했다.
⑪ 음식물 반입 골퍼
골프장에는 어느 정도 간식이 허용되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음식물을 가져와 먹는 골퍼도 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 와 스타트 하우스 광장에서 컵라면에 부어 먹는 골퍼도 있었다.
골퍼 시점 상식을 벗어난 클럽하우스 밥값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티오프 전 컵라면 좀 먹는 게 어때서?
◇ 친절한(KIND) 골퍼
① 무조건 스피드 플레이
물론 볼 잘 치는 골퍼가 가장 좋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진행이 빠른 골퍼가 최고다. 경력이 풍부한 어르신들은 스스로 진행도 알아서 척척 하신다.
골퍼 시점 처음부터 볼 잘 치는 골퍼가 있다고? 실력이 부족하면 헤매는 건 당연하지. 나도 경력이 풍부한 어르신이 되면 진행은 알아서 하겠소.
②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까 봐, 무거울까 봐, 위험할까 봐 신경 써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 한 마디라도 친절하게 해주는 골퍼가 있다면 진상 골퍼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머리 올리러 온 초보 골퍼가 봉투를 준비해온 일도 있다. 라운드가 끝나고 보니 돈인 줄 알았는데 손편지였다. ‘너무 못 쳐서 죄송해요. 오늘 고생하셨고, 집에 가서 편히 쉬세요.’ 이런 내용이 빼곡히 적힌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 편지였는데, 지금도 갖고 있다.
③ 캐디도 동반자
캐디들은 숫자 ‘4’를 싫어하고 ‘5’를 좋아한다. 덥거나 비 올 때 우산을 받쳐주거나 음료수나 간식을 4개가 아닌 5개를 준비해 오시는 분들이다. 아주 소소한 것들이라도 캐디를 일회용 도우미로 생각하지 않고 같은 팀으로 동반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대해주시는 분들에게 감동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