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내려앉은 뒤, 그곳 ② 타이거컨트리클럽 ‘채석장에 피어난 녹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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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은 뒤, 그곳 ② 타이거컨트리클럽 ‘채석장에 피어난 녹색주의’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7.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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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뜨거운 햇빛을 재운 뒤 은은하게 비치는 불빛 조명은 고요함 속 잠든 감각을 깨운다. 어둠이 선사한 여유로움은 야간 골프의 묘미이자 낭만이다. 

첫 야간 골프를 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청명하고 습습했던 공기는 당장이라도 숨을 들이쉬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고,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는 귓가에 맴도는 듯 고스란히 남아 있다. 페어웨이를 걷다 나타난 그린 너머 보름달은 영화 속 CG를 입힌 것처럼 영롱해 조명의 필요성을 잃게 만들었다. 타구음은 확성기를 틀어놓은 듯 선명했고, 동반자와 나누던 얘기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것만 같았다. 그날의 순간들이 오히려 ‘머리를 올린 날’보다 더 또렷하다. 

이때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야간 골프의 매력을 지배하는 것은 밤이라는 시적 공간이 주는 무드다. 대자연에 스며든 고요하고 푸근한 분위기는 이내 인간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골퍼에게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여름밤, 나이트 ‘무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이 곳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 불철주야: 채석장에 피어난 녹색주의

“콰과광!” 느닷없이 울리는 굉음. 군부대 밀집 지역에서는 포격이나 사격 훈련 때면 들리는 흔한 소음이다. 평화롭고 적막한 골프 코스에서는 갑작스레 울리는 이런 굉음이 예민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사전 승인 없이 드론도 띄울 수 없는 군부대가 곳곳에 배치된 경기도 파주시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과 이해 범주에 속한다. 흥미로운 건 이 굉음의 어울림이다. 

파주시 법원읍 웅담리의 산세 좋은 파평산 자락에 위치한 타이거컨트리클럽은 생을 다한 폐허에 지어진 자연 친화적 골프장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돌을 캐고 잘게 부숴 판매하던 채석장이었고, 개발 종료 후에는 황폐한 흉물로 남은 쓸모없는 공간이었다. 여기에 녹색주의를 입혀 탄생한 곳이 타이거다. 이 척박한 땅에 골프 코스를 조성하는 건 고난도 작업이었지만, 산세에 묻힌 채석장의 돌멩이 하나까지 살리는 인고의 노력 끝에 자연환경을 담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로 그려냈다. 이따금씩 들리는 포격 굉음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조각처럼 깎인 암반에 둘러싸인 타이거는 18홀(+서비스 1홀) 규모 대중제 코스다. 골프장 정문과 클럽하우스에서 호랑이 석상이 늠름하게 반겨 단번에 이곳이 타이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랑이가 포효하듯 강렬한 인상을 주는 타이거란 이름에는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박정희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타’는 타인에 대한 배려, ‘'이’는 이치에 맞는 삶, ‘거’는 거침없는 열정과 도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박 회장은 골프장 조성 당시부터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불철주야 이 터를 지켰다.

올해로 개장 8년째를 맞았으나, 박 회장은 여전히 거르지 않고 코스를 돌며 고객 만족을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은 골프장 곳곳에 묻어난다. 이를테면 고객 니즈를 반영해 올해 티잉 에어리어에 설치한 인조 매트를 전부 철거했고, 개장 초기 전장이 짧다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모든 홀에 백 티 공사도 마쳤다. 또 3부 운영에 따른 10만 입장객의 답압으로 인한 잔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페어웨이 버티컷 작업을 시행한다. 타이거는 코스 관리팀을 외주 용역에 맡기지 않고 직접 운영하면서 정직원이라는 주인 의식을 고취시켜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벙커 레노베이션을 위한 대대적 개보수에 착수했다. 벙커는 골프 코스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곳이다. 벙커 사면은 유실이나 침식으로 인한 변형으로 관리가 어렵다. 타이거는 벙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과감한 재투자 일환으로 코스 내 벙커를 리베티드 벙커의 대표적 브랜드인 영국 에코 벙커로 전면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에코 벙커는 인조 뗏장을 층층이 쌓아 벙커 사면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코스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친환경 벙커 솔루션이다. 한성준 운영팀장은 “입체적으로 보이는 벙커 외관과 자연스러운 미관으로 골퍼가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거의 모든 벙커에 공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8월 마무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타이거는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은 가온 코스와 누리 코스로 구성됐고, 전체적 난이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전략적 코스 공략이 필요하다. 비교적 넓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갖추고 있어 초보자가 즐기기에도 좋다. 가온 코스는 암벽을 활용한 행운을 누릴 수 있지만, 누리 코스는 미스 샷에 대한 페널티를 각오해야 한다. 가온 코스 파3 6번홀은 티잉 에어리어 옆으로 조각처럼 깎인 암반이 장관을 이루고, 그린 뒤쪽으로는 시원한 자연 폭포가 쏟아지는 경관이 아름답다. 파5 7번홀은 18홀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모든 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리 코스 파5 1번홀은 왼쪽으로 성벽을 연상케 하는 암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이 홀이 핸디캡 1번으로 페어웨이 중앙을 지키는 것이 스코어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 

페어웨이는 양잔디를 식재해 사계절 푸르고, 산과 암벽에 둘러싸인 분지형 코스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점이 있다. 타이거가 골퍼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접근성과 셀프 라운드가 가능한 야간 골프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고양시, 인천 지역에서는 약 1시간 이내 거리로 가깝다.

타이거는 셀프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이다. 1·2부는 연단체 중 원하는 팀에 한정해 허용하고 있지만, 3부는 전체 노캐디 셀프 라운드로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2인 셀프 라운드도 가능해 연인과 부부, 친구들이 자주 찾는다. 18홀 정규 코스에서는 2인 셀프 라운드가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한성준 운영팀장은 “3부 노캐디제 운영은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고, 캐디 휴식 시간도 보장할 수 있어 캐디 지원율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며 “클럽 분실이나 사고에 대비해 경기팀 직원이 최소 한 명 이상 상시 대기하고 있으며, 잔디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새벽 코스 관리팀에서 디봇 등을 확인 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거는 야간 셀프 라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1·2부에도 일부 고객에 한해 노캐디를 허용할 계획이며, 현재 운영 중인 모바일 체크인을 활성화해 추후 모바일 결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윤석우, 김시형(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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