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아침을 맞이하는 섬, 괌. 이토록 매력적인 휴양지에서 골프를 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가장 큰 섬에 선주민으로 정착한 차모로족은 이곳을 ‘구아한(Gu˚ah˚an)’이라고 불렀다. 구아한은 차모로어로 ‘우리는 가지고 있다(We Have)’라는 뜻으로, 풍요롭게 가진 것이 많은 섬이자 산호초와 열대어를 품은 서태평양의 보석 같은 곳이다. 괌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푸르른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고운 백사장이 눈부신 괌은 휴양지로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언제나 가족여행지로 손꼽힌다.
아찔한 절벽 아래로 투몬만이 펼쳐지는 ‘사랑의 절벽’, 해 질 녘 버섯 모양의 바위가 인상적인 ‘탕기슨 비치’, 황홀한 색감의 수로 ‘에메랄드 밸리’, 스페인 통치 시대의 가장 오래된 유물 ‘탈리팍 다리’,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이나라한 자연 풀장’ 등 괌 북부와 남부에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스폿도 유명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펼쳐지는 골프 코스는 얼마나 황홀할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골프는 괌 여행길에 외면받고 있다. 해양 스포츠의 한계에서 벗어나 괌 골프로 자연의 극치를 느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심정마저 든다. 물론 이곳이 핸디캡을 갖고 있긴 하다. 캐디에게 익숙한 골퍼에게는 동남아 골프의 편의성을 선사할 수 없고, 골프장 이용료도 저렴하지 않다. 라운드 이후 즐길 수 있는 밤 문화도 척박하다.
괌에서 골프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봤다. 자연경관이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고, 불과 4시간의 비행이면 다다르는 가장 가까운 미국이라는 접근성, 오직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셀프 라운드, 골프장마다 각각의 분위기를 품은 독특하고 다양한 코스 레이아웃이 떠오른다. 진심 골퍼라면 바닷바람과 때때로 몰아치는 스콜에 겸손하게 맞서는 성취감,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버뮤다그래스 등 잔디에 대한 샷 도전성과 같은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괌에는 북부에서 남부까지 줄지어 자리한 5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코로나19 기간에 잠시 휴장했던 일부 골프장도 다시 문을 열고 새 단장에 들어가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괌은 1950년 미국 자치령으로 공식 편입됐으나 과거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건너온 동아시아계 인종으로 추측되는 차모로족을 비롯해 스페인, 일본이 점령했던 오랜 역사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고스란히 이곳의 골프 코스에도 드러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평지에 앉혀놓은 듯한 파인이스트와 탈로포포, 티베트고원의 어디쯤에 올려놓은 듯한 레오팔레스, 유럽풍 해안 코스를 연상시키는 망길라오와 CCP(컨트리클럽오브더퍼시픽)는 괌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이국적인 코스들이다. 괌에서 골프를 해야 하는 이유 다섯 가지를 다시 묻는다면 그저 괌 지역 이름을 딴 5개의 다채로운 골프 코스를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
① 온워드망길라오골프클럽(Onward Mangilao Golf Club) / 18홀, 파72, 6904야드
흥미롭게도 괌 지역에서 유일하게 해안가에 인접한 코스다. 망길라오만 해안선의 아름다움과 다이내믹한 지형, 바람의 방향과 세기, 햇빛의 모든 각도를 그대로 살려 디자인한 코스로 괌이 가지고 있는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 로빈 넬슨이 디자인했으며,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서 7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빼어난 심미성을 넘어 전략성도 갖췄다. 넬슨은 인 코스 11번홀을 돌아 12번홀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해안선이 맞닿게 디자인했다. 파3 12번홀은 티 샷이 태평양 바다를 건너 작은 그린에 안착할 수 있게 도전적으로 설계했는데, 강한 바닷바람에 맞서 웬만해선 레귤러 온이 힘들다. 이 시그너처 홀에서 원 온에 성공하면 기념 인증서를 발급해줄 정도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일본식 스파는 색다른 편안함을 제공하고, 라운드 후 공항으로 곧바로 이동하는 무료 셔틀도 운영하고 있다.
② 온워드탈로포포골프클럽(Onward Talofofo Golf Club) / 18홀, 파72, 6066야드
괌 남부 탈로포포 폭포 인근에 위치한 이 코스는 평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코스에 들어서면 굽이치는 굴곡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설적인 PGA투어 선수인 샘 스니드, 벤 호건 등 9명이 각 2개 홀씩 맡아 완성한 설계 이력도 독특한데, 그 덕분에 탈로포포 지역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내리막과 언덕이 많아 난도 높은 코스로 탄생했다. 자연 그대로의 조경을 이용한 인 코스와 열대림과 호수가 그림같이 자리 잡은 아웃 코스는 곳곳에 장해물이 도사리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아웃 코스의 아일랜드 그린이 있는 5번홀과 6번홀에는 탈로포포 폭포를 그대로 축소해 재현한 폭포가 흐르며 드라마틱한 미적 경관을 연출한다. 또 모든 카트에 최신형 GPS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정확한 비거리, 그린 중앙까지의 거리, 코스 형상과 플레이 속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③ 컨트리클럽오브더퍼시픽(Country Club Of The Pacific) / 18홀, 파72, 7450야드
1973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괌의 랜드마크 헤리티지 골프 코스이자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일본의 유명한 코스 설계가 도미자와 세이조와 도미자와 히로치카가 디자인을 맡은 이 골프장은 코스 대부분의 홀에서 저 멀리 코럴 블루빛 오션 뷰를 감상하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해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코스에 들어서면 평평한 평지 코스처럼 보이지만 잔잔한 굴곡이 플레이의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산호초 가루로 잔디 아래 토대를 만들어 폭우 속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배수 시스템이 매우 뛰어나다. 그린 주변까지 카트 진입이 가능한 코스인데도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는 티잉 구역부터 페어웨이, 그린까지 괌 골프장 중 단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초보자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이곳은 9홀 플레이 예약도 가능하다.
④ 파인이스트괌골프 & 리조트(Finest Guam Golf & Resort) / 27홀, 파108, 1만473야드
파인이스트는 괌 지역 내 한국 기업 소유의 유일한 골프장으로, USGA가 공식 승인한 토너먼트 코스다. 경남 양산의 통도파인이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골드워터코리아가 스타츠 그룹 소유였던 스타츠괌을 인수해 파인이스트괌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단장에 나섰다. 이곳은 평탄하고 넓은 페어웨이와 언듈레이션이 심하지 않은 그린, 코스 내 홀 간 경계 구역이 거의 없어 모든 수준의 플레이어가 여유 있고 편안하게 라운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괌의 청명한 하늘과 맞닿은 듯 아름다운 대지의 지형을 따라 유려한 자연의 곡선미를 살린 코스는 곳곳에 식재된 야자수와 호수, 벙커 조형이 함께 어우러져 더없이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이곳은 카트 진입이 가능하고, 신형 카트 80대를 새로 배치했다. 오는 11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친 62실의 호텔급 리조트와 수영장, 테니스장 등 휴양 시설을 갖춰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는 전라도 출신 한국인 셰프가 선보이는 우거지해장국과 콩국수 등 다양한 한국의 맛까지 만끽할 수 있다.
⑤ 레오팔레스리조트컨트리클럽(Leopalace Resort Country Club) / 36홀, 파144, 1만2131야드
괌의 총면적 중 1%에 해당하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들어선 괌 유일의 36홀 토너먼트 코스로, 세계 골프계의 두 거장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에 참여했다. 드라이빙레인지와 어프로치 연습장까지 갖춘 이곳은 골프장 입구부터 웅장한 리조트에 시선을 빼앗긴다.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전지훈련 장소로도 꼽힐 정도로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다. 코스에 나서면 괌에 온 것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원시 밀림을 지나 고지 위의 장관이 펼쳐진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히비스커스 코스, 해저드와 벙커가 적절하게 배치된 오키드 코스,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부겐빌레아 코스는 아널드와 잭, 두 전설의 손길이 느껴질 만큼 능선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변화무쌍한 지형을 숨 쉴 틈 없이 지나쳐야 한다. 최근에 리조트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뒤 코스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올해 첫 출범한 한국괌골프협회(KGGA, Korea Guam Golf Association)는 괌 지역에 있는 다섯 개 골프장들과 협력하여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괌 골프 활성화 및 홍보를 위해 결성된 협회다. KGGA는 한국 골퍼를 위해 괌 골프 상품 공급, 국내외 골프 관련 행사 참가, 한국 여행사와의 지속적인 교류 및 골프장 교육, 괌 골프 콘텐츠 홍보 등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한국괌골프협회(KGGA) 제공